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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About the artist

 

 

Julian 45'

Julian 45'

Terrarium

Terrarium

A family's camera

A family's camera

Wheaterium

Wheaterium

3PO

3PO

최준영 CHOI JOON YOUNG​​

 

형상의 성좌 : 서로를 기억하는 이미지들

​글  | 정미현 (독립 기획자)

 

최준영은 '기억의 복각(復刻)'이라는 테제 아래 사물에 축적된 시간과 감정의 흔적을 탐구해 왔다. 판화를 전공한 작가는 모루유리에 투과된 사물의 왜곡된 현상을 판화의 논리로 번역하여 캔버스 위에서 사물의 외곽선이 번져나가며 중첩되는 구조를 만든다. 화면을 세로의 결로 분절하고 그 사이에서 사물이 여러 시간대를 통과한 듯 겹쳐 보이도록 구성한 것은, 사물이 명확하게 포착되지 않는 상태로 머물게 함으로써 기억이 지닌 불연속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선명해 보이지만 결코 완전히 붙잡히지 않는 형상 속에서 기억은 오히려 생생한 감각으로 떠오른다.

판화에서 이미지가 '판'을 거쳐 비로소 드러나듯, 그의 회화 속 사물 역시 즉각적으로 현전하지 않고 축적된 시간과 감정의 층위를 통화한 뒤에 모습을 갖춘다. 잔상처럼 반복되는 색채의 진동, 투명한 사물이 만들어내는 굴절의 변주, 길게 늘어나 유영하는 형태들은 사물에 축적된 시간의 흔적이자 작가의 내면에 쌓인 기억이 화면 위로 전사되는 과정을 투영한다. 특정한 사물이나 순간을 묘사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물에 대한 오랜 응시와 감정이 복수의 감각 층위로 분해되어 잠재해 있다. 이러한 이미지 속에서 사물은 흔적들의 집합으로 존재한다. 화면에 겹져지는 선과 색의 잔여들은 하나의 형상이 형성되기 이전의 미시적인 차이를 드러내며, 이미지는 잠재된 흔적들을 머금은 채 나타난다. 서로의 공명 속에서 형상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며 이 과정에서 회화는 묘사와 재현을 넘어 기억을 복각하는 매체적 장치로 확장된다.

최준영의 작업에서 이미지는 스스로의 형식 안에 기억과 감각을 기입하며 과거의 흔적이 현재의 지각 속에서 다시 작동하도록 만드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기능한다. 화면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특정 개인의 역사 속에서 오랜 시간 간직되어 온 것들이자 세대를 거쳐 전달된 기억의 매개들이다. 손끝에 익은 사용감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든 흔적들은 사물을 관계와 애정이 축적된 장소로 전환 시키며, 기억의 시간이 그 안에서 지속되도록 한다. 하나의 형상은 다른 형상과의 관계 속에서 다시 읽히고 화면 위의 사물들은 서로를 향해 의미를 전달한다. 이미지들은 그렇게 서로의 흔적을 기억하며 하나의 관계망으로 이어진다.

과거가 현재를 설명하거나 현재가 과거를 해석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지나각 어떤 것이 지금의 지각과 맞닿는 순간 이미지가 형성된다. 서로 다른 시간의 흔적들이 한 순간에 접속하며 섬광처럼 드러라는 장명 속에서 형상들은 서로를 비추며 하나의 배열을 이룬다. 이러한 성좌 속에서 사물들은 미묘한 간격을 유지한 채 놓이고 각각의 형상은 다른 형상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드러낸다. 관람자의 시선은 형상들 사이의 간격을 따라 감돌며 이미지는 서로 다른 시간들이 교차하는 장으로 경험된다.

손쉽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시각 이미지가 일상이 된 동시대의 환경에서 이미지는 종종 현존을 획득하지 못한 채 가시화와 소거 사이의 불안한 경계에 머문다. 최준영의 작업은 이러한 이미지의 소모적 순환과는 다른 리듬을 선택한다. 그는 즉각적인 이해와 소비 대신 사물 앞에서의 지속적인 응시와 이미지 앞에 머무는 시간을 요청한다. 화면 속 형상은 미묘한 흔들림과 분절 속에서 관람자의 기억과 감각을 서서히 호출한다. 작품 앞에서 우리는 사물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 형상이 우리를 향해 작동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겹쳐지고 밀집된 화면 속에서 관람자는 쉽게 포착되지 않는 시간의 흔적을 감지하게 되고 기억과 감정은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지속된다. 보는 행위는 더 이상 지식을 획득하거나 대상을 장악하는 과정이 아니라 부재와 흔적을 감각하는 경험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이미지의 생명력은 발생한다. 사물에 축적된 시간은 현재의 시선 속에서 다시 작동하기 시작하고 그의 회화는 잊혀졌던 감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을 화면 위에 드러낸다.

​Royal College of Art MA Print 2022~2023 
Hongik University BFA Printmaking 2015~2022

개인전

2025  개인전 <Joon Young Choi Solo Exhibition> Jockey Club Creative Art Center, 홍콩

 

단체전
2023  <London Art Bienalle 2023> 런던, 영국
           <Two-Fold> Dilston Gallery, 런던, 영국
           <Experimental Play> Fine Liquid Gallery, 런던, 영국
2022  <제 8회 신진작가 발언전> 갤러리 에스퀄리아, 서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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