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작가노트/ About the artist

 

 

강신영|까만 풍경

강신영|까만 풍경

강신영|까만 풍경

강신영|까만 풍경

강신영|까만 풍경

강신영|까만 풍경

강신영|까만 풍경

강신영|까만 풍경

강신영|까만 풍경

강신영|까만 풍경

나무는 모든 것을 내어준다. 조각가는 불을 다루어 왔다. 금속을 녹였다. 스테인리스조차 녹일 기세의 불꽃을 나무가 만들어주었다. 물러진 스테인리스를 두들겨 나뭇잎을 만들고 나뭇가지를 만들고 물고기를 만들었다. 연못을 나온 물고기 지느러미에 나뭇가지가 자라나고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조각가 강신영의 그런 상상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나무의 불꽃이었다.

 

수백도의 불꽃 속에 나무가 가마 안에 놓인다. 거기서 산소를 만나지 않고 탄소를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남게 되는 것이 숯이다. 재를 만들지 않으면 나무는 숯이 되고 목탄이 된다. 화가는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조각가가 숯을 재료로 조각을 한 예를 찾기는 쉽지 않다. 숯은 많은 구멍을 갖는다. 그 압축된 다공들은 손톱만한 숯 크기에 농구장만한 표면적이 나올 정도다. 그 상태에서도 나이테나 나무의 세부 모양은 그대로 갖고 있다. 보기보다 단단하기조차 하다. 음이온을 발생하게 하는 탄소덩어리인 숯의 방전에 4,500만년이 걸린다 한다. 몸에 좋기까지 한 것은 그냥 영구적인 셈이다. 강신영은 그 숯을 잘게 절삭하고 조합하여 퍼즐판과 같은 부조를 만든다.

 

숯이 된 나무의 표면과 매끄럽게 숯을 켜낸 표면은 빛의 반사 정도가 다르다. 일정 정도의 크기를 교차하여 부조를 만들면, 매끄러운 부분은 나뭇결과 놓인 방향에 따라 여러 가지 빛을 반사하게 된다. 매끄럽지 않는 숯 표면은 또 그 나름의 부조 모양도 만들고 있다. 그렇게 숯으로 조합된 부조 효과가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의 눈이 호사를 누리기에 충분할 정도다.

 

한두 군데 놓인 스테인리스 조각과 어우러지는 부조 화면은 빛에 예민하다. 어둠이 비로소 별 빛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하듯이, 숯 부조는 작은 빛의 파동을 담아내는 검은 색의 작용을 한껏 상승시켜 놓는다. 단지 몇 군데 칠한 금분일 뿐이어도 금빛으로 빛나는 클림트 그림 같은 효과를 주는 것은 이 조각가의 회화적 감각을 다시 보게 만드는 점이다. 미세한 진동조차 느끼게 했던 헤수스 라파엘 소토의 철사줄이 있었다면, 강신영의 숯 부조는 우리의 미동을 시각적으로 스스로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최형순(미술평론가)

강신영 작가노트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대장장이처럼 금속을 불에 달구어 두드리고 붙이고 갈아내며 작업한지 벌써 20년 이상이 흘렀다.

나는 스테인레스 스틸을 식물의 이미지로 바꿔 동화적 상상의 세계를 표현 한다. 식물의 피부를 가진 동물들이 만들어진다. 풀을 뜯어먹는 말이 숲이 되고 나무를 만난 물고기는 나무 물고기가 된다. 근원적으로는 동물과 식물은 하나다.

 

불을 만지며 금속으로 나무를 만들다보니 나무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 보기위한 실험 끝에 숯을 만나게 되었다. 숯은 가소성이 약한 재질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에 감추고 있던 부분이 절단되어 드러나니 나무의 또 다른 속살과 마주하게 되었다.

숯의 구멍이 보이는 변화무쌍한 횡단면과 빛에 훨씬 민감한 종단면은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미묘한 검정색을 발산한다.

여러 가지 색을 지니고 있는 나무는 불에 타버리면 검정의 숯이 되고 재가 된다. 나무가 불에 탄다는 이야기는 생명을 다하고 유기체인 생명에서 무기체의 물질로 변한다는 말이다.

 

검정색 숯이 발산하는 까만빛의 풍경은 꿈속에서 만난 장면인 듯 모호하고 신비롭다. 작게 썰거나 켜낸 무수히 많은 숯들은 화면 속에 집합되고 횡단면과 종단면의 경계에서는 나뭇잎들이 모여 꽃으로 피어난다. 빛에 예민한 금분과 스테인레스 조각들이 무기체 물질이 된 숯과 어우러저 새로운 유기체로 탄생된다.

 

작품에 사용된 숯은 소나무 숯이다. 우리민족과 친숙한 소나무는 오래전부터 판재로 가공되어 건축자재로도 사용되며 한옥의 곳곳에 쓰였다. 그래서 우리는 소나무가 지니고 있는 자연스러운 결의 문양을 기억하고 있다. 작품 곳곳에는 이러한 소나무의 결이 그려낸 문양들을 담고 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일 때 가장 아름답다. 작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또 다른 자연을 만들어 내길 갈망한다. 생명을 다한 숯은 푸르른 모습으로 대지에 우뚝 서서 세상을 바라봤던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숯은 이제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스스로 존재하며 말하고 있는 그런 자연의 일부가 되어.


 

 

강신영 약력

강원대학교 및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졸

박수근미술관 1기입주작가

개인전 8회 (박수근미술관,선화랑.예술의전당 등)

2인전 DMZ 강신영, 전영재전(알뮤트갤러리,춘천)

수상

2006 제9회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우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3회(99,01,02) 입선4회

중앙미술대전 입선2회, 동아미술제 입선

2001 MBC한국현대조각초대전 “올해의작품상”

단체전

2016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발(세종미술관,서울)

2016 人+人전(어우재미술관,여주)

2015평창비엔날레 특별전-포스트박수근(박수근미술관,갤러리 툰,춘천,양구 )

2015광복70주년기념특별전 201-5감도(세종미술관,서울)

2015박수근화백 추모50주기 수근거리는봄날(박수근미술관,양구) 등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과천) 경기도미술관(안산)

포항시립미술관(포항) 이천시립미술관(이천) 박수근미술관(양구) 삼성래미안(서울) 등

bottom of page